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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검찰! 피고인신문이 중요한게 아니니 짧게 하세요!
분류 공판송무 > 공판
중요키워드 공판
등록 일자 2007년 02월 05일
출처 검찰청

본문내용

 한동안 공판정에서 제가 법원으로부터 들은 말입니다. 판사가 저를 "검찰"이라고 하니, 법원이라고 표현하였습니다. 이하에서는 다시 판사라고 하겠습니다.

 

저는 지난 해  11. 15.부터 지금까지 남부지검 공판실에서 공판중심주의 시범재판에 관여하고 있습니다(서울남부지법은 형사8단독을 시범재판부로 지정하였습니다).

당시까지만 해도 저는 공판중심주의의 개념조차 정립하지 못한 상태였기 때문에 시범재판에 대한 두려움이 앞섰습니다.

 

일단은 이프로스에서 공판중심주의적 시범재판 매뉴얼을 다운받아 숙독하고, 기록을 열심히 검토하였습니다.

첫 공판기일은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저는 단문장답형 질문의 취지를 살려 예컨대" 피고인은 고소인으로부터 돈을 빌린적이 있는가요?"라는 식으로 포괄적으로 피고인신문을 실시하였는데, 10분정도 지나니까 판사가 갑자기 변론을 제한하고 변호인에게 반대신문을 시켰습니다.

 

그날 저녁 판사로부터 메일을 받았습니다. "한정된 인프라와 인적자원으로 인하여 피고인신문은 공소사실의 순서에 따라 끊어서 묻는 것이 기존의 방식이므로 협조해달라"는 취지였습니다. 그러면  다른 재판부와 무슨 차이가 있을까?

 

저는 이에 굴하지 않고 단문장답형 피고인신문을 고수하였고, 녹음장치도 신청 하였습니다. 판사는 처음에는 검사의 신청에 의한 녹음장치 설치는 판사의 재량에 따른 "임의적 절차"라고 주장하였지만, 법문상 "필요적"으로 규정된 것을 확인하고는 어쩔 수 없이 검찰의 요구를 받아 들였습니다.

 

이제는 녹음이 되니, 판사도 심리시간 지연으로 검사의 피고인신문을 제한하지는 못하였습니다. 이제는 검사의 피고인신문만으로 사안의 실체관계 및 양형자료까지 법정에 모두 현출시킬 수 있었습니다. 어느날, 오전재판이 끝나고 판사는 "시범재판부라고 하여 법원내 사건배당에서 고려를 못 받는다, 사건이 너무 많으니 간단하게 하자"는 취지로 하소연을 하였습니다.

저는 시범재판의 취지를 강조하며 판사의 요청을 일언지하로 거절하였는데, 판사는 그게 마음에 걸렸는지 다음 기일부터는 아예 검사의 피고인신문을 변호인의 반대신문 다음에 시켰습니다.

저는 다시 판사에게 "형소법 제287조(피고인신문순서)를 준수해 달라"고 이의신청을 하였는데, 판사는 "피고인신문은 임의절차로서 소송지휘로 피고인신문 변경이 가능하다"고 대답하였습니다.

 

물론 판사의 해석은 법문 및 법원실무제요의 해석과 명백히 배치되는 것입니다. 판사도 자신의 오류를 알았는지 다음기일부터는 검찰 측에 피고인신문을 먼저 시켰습니다(우스운 것은 나중에 관련기록을 확인해 본 결과, 공판조서에 검사의 주신문이 먼저 된 것처럼 기재되어 있었습니다).

 

법원은 피고인신문제도를 직권주의의 산물로 취급하고, 증거조사절차야 말로 공판중심주의의 핵심이라고 생각하는 듯 합니다(하지만 법원의 증거조사절차라는 것도 법정내에서 피고인이 듣는 가운데 진정성립 또는 증거동의된 기록을 읽는 것에 불과합니다. 물론 피고인은 판사가 중얼거리면서 - 내용의 고지라고 합니다- 기록을 읽는 것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과연 판사가 공판정에서 소리내어 기록을 읽는 것이 국민의 사법부에 대한 신뢰회복과 무슨 관계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피고인신문을 먼저하든, 증거조사 절차 이후에 하든, 검사가 실체관계에 따라 피고인신문을 자세히 하는 것이 결코 시간낭비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법원은 공판중심주의가 확대되면 법원의 역할이 강화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지만

이는 잘못된 생각 같습니다. 3개월간의 제 경험에 비추어 보면 공판중심주의가 강화될 수록 검사의 입증활동의 중요성도 커지고, 구두주의, 직접주의에 따라 검사가 공판정에서 발언하는 비율 또한 엄청나게 높아집니다. 자연스레 판사는 절차를 진행하거나 검사 또는 변호인이 제출한 증거자료를 확인하는 역할 이상을 할 수 없습니다.

 

이제는 시범재판부의 공판정에 들어가는 것이 두렵지 않습니다. 3개월간의 제 경험에 비추어 보면 공판중심주의의 주인공은 판사가 아니라 바로 "검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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